본문바로가기

나눔마당

Junggye Yangeop Catholic Church

현재 위치

Home > 나눔마당 >자유게시판

자유게시판


 
존재 그 쓸쓸한 자리/Sr.이해인


언젠가 한번은
매미처럼 앵앵 대다가
우리도 기약없는 여행길 떠나갈 것을

언젠가 한번은
굼벵이처럼 웅크리고 앉아
쨍하고 해뜰 날 기다리며 살아왔거늘

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
풀잎에 반짝이고
서러운 것은 서러운대로
댓잎에 서걱인다

어제 나와 악수한 바람이
시체가 되어 돌아왔다

산다는 것의 쓸쓸함에 대하여
누구 하나 내 고독의 술잔에
눈물 한방울 채워주지 않거늘

텅 빈 술병 하나씩 들고
허수아비가 되어
가을들판에 우리 서 있나니



인생, 그 쓸쓸함에
바라볼수록 예쁜 꽃처럼
고개를 내밀고 그대는 나를 보는데

인생, 그 무상함에 대하여
달빛이 산천을 휘감고도 남은 은빛 줄로
내 목을 칭칭감고 있는데

내 살아가는 동안
매일 아침
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거늘
그래도 외로운거야 욕심이겠지

그런 외로움도
그런 쓸쓸함도 없다는 건
내 욕심이겠지.


페르난도 소르/모차르트 <마적> 주제에 의한  변주 작품 9
세고비아 키타연주